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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삼성·은행 동맹, 원화 디지털 확장 구원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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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스테이블코인 공습과 통화주권 위기

삼성·신한·하나 코인동맹, 신개념 통화주권

삼성 보안, 은행 신뢰로 원화 글로벌 확장성 확보

규제 넘어선 민간의 ‘사용자경험’이 해결책

유동성 공급 주도권 뺏긴 중앙은행의 위기

최근 피에르파올로 베니뇨 베른대 교수가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2026년 1월) 기고문에서 디지털통화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화폐의 본질은 결국 ‘유동성자산’이며 이의 공급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국가 경제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2025년 연간 평균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2500억달러(360조원)를 돌파했고 테더(USDT), 서클(USDC) 등 달러 기반의 거래 비중이 99%로 거의 독점 구조다. 베니뇨 교수의 시각에서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시장의 유동성 공급 주역이 되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사람들이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화폐 대신 민간코인을 결제와 자산보관 수단으로 쓰기 시작하면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는 국가의 통화정책을 무력화하는 일이며 국가가 경제통제권을 상실하는 ‘디지털달러화’의 시작이자 통화주권 상실의 위기로 판단한다. 베니뇨 교수는 이러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의 신뢰를 담보로 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가 반드시 디지털화폐 시장에서 유동성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 디바이스, 원화 영토 확장의 트로이 목마

기축통화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공습이 강화되는 가운데 통화주권 수호에 몰입하면 원화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디지털 세상을 점령한 상황에서 규제와 통화안정성만을 강조하는 중앙은행식 접근은 속도전과 고객경험 확장성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할 대안으로 오태민 한양대 교수는 화폐를 ‘국가 권력’보다 ‘네트워크 확장’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화가 국내용 통화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제력이 아니라 민간의 사용자경험을 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디바이스 제조 업체가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0%를 유지하며 10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삼성 갤럭시 생태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탑재된다면 원화의 디지털 유통 반경은 국경을 넘어 순식간에 글로벌 범용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제조·유통하는 연간 2억5000만대의 스마트폰과 웨어러블기기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지갑’이자 ‘송금창구’가 된다면 원화는 강력한 ‘플랫폼화폐’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적 통화’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달러패권에 대항하기 위해 고려해볼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은행의 신뢰와 삼성의 확산성, 신개념 ‘통화동맹’

최근 삼성전자와 신한금융·하나금융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CBDC 테스트를 위해 맺은 ‘코인동맹’은 통화에 대한 베니뇨 교수의 ‘신뢰’와 오 교수의 ‘확산성’을 절묘하게 결합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민간이 주도하되 금융권의 규제 준수로 베니뇨 교수가 우려한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는 구조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금융지주 동맹의 성공 가능성은 ‘화폐의 3대 요소(신뢰·안정·확장)’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첫째, 삼성전자의 ‘하드웨어보안(Knox·녹스)’은 디지털 시스템 신뢰의 근간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최대 약점은 보안이다. 소프트웨어 지갑은 해킹에 노출될 위험이 크지만 삼성 갤럭시는 모든 플래그십 모델에 하드웨어 보안 칩을 적용해 프라이빗 키를 물리적으로 격리한다. 해킹이 불가능한 휴대용 ‘디지털금고’를 들고 다니는 셈이다.

둘째, 신한·하나의 금융담보력은 통화가치 안정을 보증한다. 테더 등 기존의 사적통화들이 끊임 없이 의심을 받는 것은 담보 자산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셋째, 압도적인 네트워크 효과는 거대한 확장성을 보장한다. 수천만명에 달하는 삼성페이 신한·하나 디지털 이용자뿐 아니라 삼성 갤럭시 전자지갑을 가진 글로벌 이용자의 디지털 생태계 전체로 무한확장이 가능하다.

이 모델의 핵심은 2단계의 유동성 공급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하나 같은 1금융권이 한국은행의 도매형 CBDC를 담보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삼성전자는 이를 녹스 기술이 적용된 하드웨어 월렛에 담아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은행의 준비금과 삼성의 보안 기술이 결합한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디지털원화’라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베니뇨 교수가 우려한 ‘유동성공급의 공적 책임’을 유지하면서도 오 교수가 강조한 ‘민간 플랫폼의 침투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타협점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실시간 결제처리 속도를 1초 이내로 단축하고 수수료를 기존 국제송금 대비 90% 이상 절감하는 기술표준을 구축할 것이다. 유동성 공급에서 베니뇨 교수가 염려하는 ‘중앙은행의 소외’를 방지하기 위해 한은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결합하면서도 오 교수가 강조한 통화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오프라인 매장 결제까지 연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략의 현실적 효능감은 우리 경제의 근간인 수출기업에서 겪는 ‘환리스크’와 ‘거래비용’의 획기적 절감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소·중견 수출기업이 해외 대금 수령 시 이용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은 평균 3~5%의 막대한 수수료와 3일 이상의 결제지연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범용성을 인정받으면 달러환율 변동에 노출돼 영업이익률이 급변하는 수출입 기업의 재무적 불안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에 포함된 모든 경제주체들의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K스테이블코인’ 선택이 아닌 생존 게임

결국 베니뇨와 오 교수의 주장은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원화의 생존’에 필요한 거대한 퍼즐의 양면이다. 중앙은행은 유동성의 최후보루로서 CBDC라는 든든한 기초를 다지고 민간 플랫폼은 이를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날개를 달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삼성과 은행들의 코인동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성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과도한 규제로 이 동맹의 발을 잡기보다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주는 ‘제도적 보완’에 집중해야 한다. 삼성 갤럭시의 전원을 켜는 순간 전 세계 어디서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글로벌 플랫폼이 구축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패권에 대응해 원화주권을 지키고 경제영토를 넓히는 핵심 인프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