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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S코인] ①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인가?···결제 인프라 ‘전환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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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표준화 가속
결제 데이터, 해외 집중 우려 ‘현실화’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인프라 필요성
|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꼬리표를 떼고 결제와 송금, 자산 운용의 판을 흔드는 ‘금융 혈관’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도 제도권 편입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관리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은 여전히 희미하다. 여성경제신문 연중기획 [원화S코인]은 지각 변동과도 같은 금융 인프라의 전환기를 맞아 스테이블코인의 흐름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1부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경제와 산업 전반에 가져올 변화를 추적하고 제도적 빈틈을 메우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2부에서는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는 전문가 진단을 통해 실제 도입 단계에서 마주할 쟁점들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본 기획이 한국형 디지털 통화 체계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
암호화폐의 날개를 단 새 돈,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암호화폐의 일종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쓰는 돈을 디지털 세상의 ‘데이터’ 형태로 바꾼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송금할 때는 보이지 않는 복잡한 길을 거쳐야 했다. 내가 사용하는 은행에서 중앙은행을 거치고 다시 상대방의 은행으로 이어지는 긴 통로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길목을 지키며 확인 절차를 거치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수수료라는 통행료도 발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복잡한 통로를 생략한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데이터를 직접 주고받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현금을 직접 손에서 손으로 건네주는 것과 같은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 가능하게 할 금융 인프라다.
그런데 왜 우리는 비트코인 대신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할까? 답은 ‘스테이블(Stable)’에 있다. 코인과 화폐의 가치가 1대 1로 ‘고정’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하루아침에 치솟거나 폭락하는 코인은 일상에서 쓰기 어렵다. 어제 5000원이었던 커피값이 오늘 코인 가격 변동으로 1만원이 된다면 아무도 그 코인으로 결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우리가 쓰는 원화나 달러 같은 법정화폐와 가치를 1대1로 고정해뒀다. 암호화폐의 빠른 ‘속도’라는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가치가 변하지 않는 통화로서의 ‘안정성’까지 확보한 것이다. 전 세계가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화폐로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달러 코인 있는데, 왜 굳이 ‘원화’ 코인인가?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대부분은 미국 달러의 가치를 따르는 달러 기반 토큰이 점령하고 있다. 때문에 “이미 검증된 달러 코인을 쓰면 될 일을 왜 굳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원화 코인을 따로 만드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서 원화 대신 달러를 결제 통화로 쓰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한국 시장에서 달러를 일상적으로 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원화 대신 달러를 쓰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왜 우리만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지 명확해진다.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고 친구와 식사비를 나눌 때 모두 달러 코인을 주고받는 세상이라고 가정해보자. 이용자 입장에서는 환전 부담 없는 글로벌 결제 수단이 편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통화 질서의 근간이 흔들리는 변화다.
가장 먼저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이 무용지물이 된다. 국내 경기가 침체하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조절하거나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 그런데 전 국민이 달러 코인만 쓰고 있다면 중앙은행의 처방이 먹히지 않는다. 결국 한국 경제는 미국의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달러 경제권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국부 유출도 문제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코인 가치를 보장할 만큼의 현금을 실제 금고에 쌓아두어야 한다. 달러 코인을 많이 쓸수록 국내 자본은 달러 자산이 되어 미국으로 들어간다. 한국인들이 매일같이 긁는 소액 결제가 모여 결과적으로 타국의 국부와 금융 인프라를 살찌우게 되는 것이다. ‘데이터 주권’의 상실도 치명적이다.
국민들이 무엇에 돈을 쓰는지, 어떤 소비 패턴을 보이는지에 대한 방대한 결제 데이터는 미래 산업의 핵심 자산이다. 그러나 해외 코인이 표준이 된다면 이 데이터는 국내 규제 틀을 벗어나 해외 플랫폼에 쌓이게 된다.
이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기술 경쟁이나 비용 문제를 넘어 통화 주권과 금융 자율성의 문제로 확대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상이 있다. 바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CBDC’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화폐라는 점은 같지만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CBDC는 국가가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법정통화다. 가장 큰 강점은 공신력과 안정성이다. 국가가 가치를 보증하므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자산의 가치가 보장된다. 하지만 모든 거래 기록이 중앙은행 서버에 남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국가 시스템의 특성상 민간의 빠른 서비스 변화를 따라가기엔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이나 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다.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이 발행 주체이기 때문에 CBDC만큼의 절대적인 안정성을 갖기는 어렵다. 하지만 속도와 확장성, 실제 상용화 속도가 강점이다. 이미 플랫폼과 지갑, 거래소, 글로벌 결제 흐름에 빠르게 스며들 수 있다. 기존 은행 망이 해결하지 못한 해외 플랫폼 정산 지연 문제와 국경 간 소액 결제의 높은 수수료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어디에 넣고 써야할까?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디지털 지갑’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이 지갑 속에 실제 코인이 들어있지는 않다. 디지털 지갑은 내 돈이 블록체인상 어디에 있는지 찾아 그 돈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연결 고리다. 디지털 지갑의 핵심은 ‘계좌번호(공개키)‘와 나만 알고 있는 ‘비밀번호(개인키)’다. 은행 앱을 켜서 계좌 이체를 하듯 디지털 지갑에서 상대방에게 스테이블코인을 보내면 블록체인 장부에는 “A의 지갑에서 B의 지갑으로 n원이 이동했다”는 기록이 남게된다.
디지털 지갑은 인터넷 연결 여부에 따라 크게 두 종류, ‘핫월렛(Hot Wallet)’과 ‘콜드월렛(Cold Wallet)’으로 구분된다. 먼저 ‘핫월렛’은 인터넷에 항상 연결되어 있다. 스마트폰 뱅킹 앱이나 간편 결제 서비스와 비슷하다. 언제 어디서든 즉시 코인을 보내거나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만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는 특성상 해킹이나 사이버 공격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일상에서 쓸 소액을 넣어두는 용도로 사용된다.
‘콜드월렛’은 인터넷 연결을 완전히 차단한 오프라인 지갑이다. 주로 USB 저장장치나 특수 하드웨어 형태를 띤다. 코인을 쓸 때만 잠시 컴퓨터에 연결하고 평소에는 금고 등에 물리적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해킹이 불가능하다. 보안성은 높으나 결제할 때마다 장치를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렇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갑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편의성이다. 사용법이 기존의 은행 앱이나 간편 결제보다 복잡하다면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사용법을 빠르고 쉽게 익힐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내 지갑 속 코인이 즉시 거래소를 거쳐 내 시중은행 계좌로 현금화될 수 있도록 금융사와의 실시간 API 연동도 필수적이다.
둘째, 투명하게 담보를 증명할 수 있어야한다. 지갑은 내가 가진 코인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지갑 앱 내에서 발행사가 금고에 쌓아둔 실물 자산(담보)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열람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코인은 언제든 1원으로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을 지갑이 기술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셋째, 보안성과 사후 구제의 용이함이다. 해킹이나 부정 결제로부터 자산을 지키는 보안 기술은 기본이다. ‘핫월렛’의 편리함을 제공하면서도 큰 자산은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 수준의 강력한 보안으로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사후 구제와 관련해서 보면 기존 암호화폐 지갑은 비밀번호를 잃어버리거나 송금 실수를 하면 돈을 되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갑은 달라야 한다. 비밀번호를 분실했을 때 본인 확인을 통해 계정을 복구할 수 있어야 하고 이상 거래가 감지되면 은행처럼 즉시 거래를 차단하거나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안전망이 ‘디지털 지갑’ 안에 내장돼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안정성’이 가장 큰 숙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아무리 빠르고 편리해도 금융 인프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안정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1000원을 보냈는데 받는 사람에게 900원의 가치로 전달되거나, 반대로 가치가 널뛰어 1100원이 입금되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그 화폐는 결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잃는다.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기준보다 높아도, 낮아도 안 되는 이유다. 이용자가 1코인을 언제나 현금 1원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깨지는 순간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1대1 가치 유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코인을 발행한 만큼 현금, 국채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갖고 있어야만 한다. 문제는 이 금고의 ‘투명성’이다. 과거 해외에서는 실물 담보 없이 알고리즘에만 의존하거나 금고가 비어있는데도 코인을 남발했다가 가치가 순식간에 추락한 사건이 있었다. 발행사가 담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엄격한 규칙이 선행돼야 한다.
바로 이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두고 국내에서는 은행과 빅테크를 향한 시선이 갈린다. 은행에 발행권을 주자는 측은 예금자 보호 제도, 자본 규제, 유동성 규제 등 기존 금융 규율 안에 이미 편입돼 있어 대규모 상환 요구(뱅크런)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경우 사실상 ‘준화폐’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발행 권한을 검증되지 않은 민간 기업에 맡길 경우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반면 빅테크와 비은행 민간에도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쪽은 ‘확장성과 상용화 속도’를 강조한다. 이미 대규모 이용자 기반과 결제·플랫폼 인프라를 보유한 민간 기업이 참여해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 수 있다는 논리다. 은행 중심 구조로는 해외 플랫폼 정산, 글로벌 결제, 디지털 콘텐츠·게임·웹3 영역 등에서 실질적인 활용이 제한될 수 있으며 결국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에 들어올 경우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어지는 2회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 달라지는 결제, 송금, 해외 플랫폼 정산과 금융 서비스 이용 방식에 관해 다룬다.
☞ 통화 주권=한 국가가 자국 통화의 발행·유통·정책 운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결제 수단이 외국 통화나 해외 디지털 화폐로 대체될 경우 통화 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
☞ 결제 데이터=개인과 기업의 결제 내역에서 발생하는 소비·거래 정보다. 소비 패턴 분석과 금융·플랫폼 산업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되며, 해외 결제 수단 확산 시 데이터 주권 문제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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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