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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주도권, 은행으로 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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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신뢰” 내세운 정부 vs “혁신 족쇄”라 반발하는 여당 

법제화 문턱에서 엇갈린 계산, 승부의 향방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발행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정부는 시장 초기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은행이 중심이 돼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핀테크 등 중소 기술기업과 여당은 혁신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은행 중심의 사업 구조에 반대하고 있어 최종안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란 관측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유로화, 금 등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된 가상자산을 말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가치 변동이 크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이에 기존 화폐처럼 송금, 결제, 환전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원화 가치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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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점 체제로 혁신 막을 건가”…핀테크·여당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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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가상자산업권에 따르면,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자체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보고한 디지털자산기본법과 당내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1월20일 이에 대해 논의한 후 당론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의견 차이를 보인 사안 중 하나는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에 관한 것이다. 금융위는 법안에 은행이 과반(51%)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을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로 우선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가 시작될 당시 핀테크·플랫폼·블록체인 등 비금융 기술기업이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통해 금융업 혁신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강하게 주장했다.

금융위가 이번에 내놓은 ‘51% 룰’도 한은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위는 발행인의 인가 요건은 법률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주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법인’으로 명시하고 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입법 논의 및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마련하겠단 방침을 세웠다. 이를 통해 초기에는 은행 중심 모델로 발행하되, 기술기업의 참여 확대와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방안도 제도 운영 추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논의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와 한은이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일단 동의한 것은 결국 ‘신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보고서를 내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비은행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면 기존의 규제 체계로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출을 뺀 은행의 업무를 수행하는 ‘내로 뱅크’가 사실상 설립되는 것인데, 한은은 이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우려되는 것은 코인과 그것이 근거하는 법정통화와의 1대1 가치가 유지되지 않는 현상인 ‘디페깅’이 발생할 수 있단 점이다. 코인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현금 상환을 요구하는 ‘코인런’도 일어날 수 있다. 또 대규모 자금이 외환·자본 규제를 우회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더구나 한은은 통화 정책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우려한다.

하지만 은행은 오랜 기간 견고한 규제체계 안에서 작동해 왔기에 이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예금이 항상 동일한 가치로 교환되는 이유는 지급준비제도를 통해 중앙은행의 결제 시스템 안에서 교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은행은 엄격한 외환·자본 규제를 받고 있으며, 통화신용 정책과 조화를 이루기도 용이하다.

은행권, 정부안 시행되면 동맹 구축에 ‘사활’

하지만 여당이 자체 법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은행이 중심이 돼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핀테크·플랫폼·블록체인 등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술기업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이들은 초기에 다양한 기업이 고르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시장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은행이 중심이 되면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반 기업들은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이러면 금융 혁신이 억제되고 결국 기존 금융시장처럼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소수의 기업이 지배하는 과점시장 구조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당도 이런 이유에서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는 정부의 51%룰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TF 간사인 안도걸 의원은 지난해 12월22일 열린 국회 비공개 자문위원 간담회 자리에서 “특정 업권이 지분을 50% 갖도록 하는 입법 사례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다”면서 “한은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생각하고 있어 그와 관련해서도 이해 상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법안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비금융 기업도 스테이블코인을 자유롭게 발행하는 것에 큰 위기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은행의 주된 기능인 송금 기능의 약화뿐만 아니라, 핵심인 예대 사업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금에 있던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흘러 들어가면 은행은 그만큼 대출을 내주기 위한 자금 여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은행의 전체 이익 가운데 85% 이상은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자 이익이 차지한다.

이런 위기의식은 시중은행을 기반으로 한 대형 금융지주 회장들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드러났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얼마나 큰 물결이 밀려올지,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며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승자독식이 예상되는 이 시장에서, 여전히 우리의 성공 방정식은 유효한 것일까”라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두고 “예금, 대출, 송금 등에서 기존 금융회사들의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51% 룰이 최종 법안에 담긴다면 은행은 빅테크 기업, 가상자산거래소와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초기에 선점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다. 이에 네이버-두나무 컨소시엄에 어떤 은행이 합류할지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최근 네이버와 두나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서로 지분을 교환하는 등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국내 선두권 빅테크와 거래소가 손잡은 만큼, 이들과 협력하는 은행은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업계에선 하나은행이 ‘네이버-두나무’ 컨소시엄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내 은행 1, 2위를 다투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미 국내 거래소 빗썸, 코빗과 협력을 맺고 있어 두나무와 손잡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코인원과 제휴를 맺고 있다. 더구나 모기업인 카카오는 국내 대표 빅테크 중 하나다. 또 카카오뱅크의 자본력은 이미 국내 모든 지방은행을 넘어섰다. 추가로 핀테크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는다면 컨소시엄을 충분히 구성할 수 있는 여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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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연시사저널e 기자 gilyeonyoo@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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